갑옷
채 수 옥
바늘 끝이 살갗을 뚫고 들어가 붉은 꽃송이들 피워낸다 찢어진 살 속으로 푸른 잉크 묻은 바람이 스며들자 톡톡 화장하듯 꼬리를 두드려 살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의뭉스러운 배, 소화되지 않은 주먹이 스르륵 가슴 아래로 흘러들고, 갈라진 혓바닥이 어둠을 끌고 몸속으로 들어간 후 용이 되지 못한 뱀 한 마리 눈을 뜬다
소년의 눈빛이 빛난다 어깨에서 출렁거리는 꼬리가 탕탕 담벼락을 두들겨 팬다 피범벅으로 쓰러지는 줄장미 골목 밖으로 도망간다 무시당하는 구름 비틀린 웃음이 골목을 막아서면 소년은 웃통을 벗고 뱀을 보여준다 마술에 걸린 듯 사라지는 두려움 팔에 힘줄이 돋고 온몸으로 퍼지는 독기는 함부로 달려든 바람도 쓰러뜨린다
타투이스트 손끝에서 붉은 비 내리고 또 다른 종이호랑이 한 벌 완성 중이다
*비대칭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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