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나무
도 종 환
요즘도 많이 바쁘시죠
그림 전시장 문을 열고 나오다
낯익은 목소리로 인사하는 목련나무를 만났다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목련 잎을 두 손으로 잡으며 나도 반가웠다
가끔 인편에 소식은 들었어요
인편이란 말에 목련나무는 가만히 웃었다
웃는 입가로 자잘한 물살이 번져나갔다
화사한 목련꽃으로 피어 있던 날
꽃잎 하나가 휘어져 떨어져도 철렁
가슴이 내려앉던 봄날이
목련나무와 나 사이에 있었다
백자 항아리 같던 해사한 얼굴 위로
바람이 새긴 빗살무늬가 지나가고 있었다
목련 잎에도 군데군데 검버섯이 피어 있고
빗줄기가 지나간 흔적이 눈에 보였다
늘 지켜보고 있어요 하고 말하며
천천히 돌아서는 긴 그림자 위로
나뭇가지가 휘청 흔들렸고
오후에는 가을비가 내렸다
오늘밤 찬비 뿌려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고
목련나무 또 오래도록 볼 수 없으리라
*사월 바다(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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