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규칙위반 [정진규]

초록여신 2015. 7. 14. 21:18

 

규칙위반

 정 진 규

 

 

 

 

 

 

 자네는 오른손이 무사하지 않고 나는 왼쪽 눈이 무사하지 않다 자네는 오른손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 언제나 소주잔을 정확히 엎지르고 나는 왼쪽 눈이 뿌옇게 안개가 끼어 새벽 산책길 좌측통행이 정확히 우측통행이 되고 있다 규칙위반이다 무섭구나 업이여 이 한쪽씩의 규칙위반이 우리는 불안하지 않다 이 한쪽씩의 무너진 개성에 대하여 새벽마다 감사드리고 있다 하나씩 새 세상 열게 되었으니 합해서 또 하나씩 열게 되었으니 아득한 저 구석에서 네 오른손처럼 사실은 솔직한 새 몸 하나씩이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게 보인다 가련타 무사하지 못한 오른손과 무사하지 못한 왼쪽 눈이여

 

 

 

*우주 한 분이 하얗게 걸리셨어요(문예중앙,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