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국에 헤엄치는 여름
윤 관 영
우려낸 다시마를 만지면
돌고래 등껍질을 만지는 듯하다
다시마튀각은 깨진다 찡긴다
미역만 보면 괜히 눈시울,
미역국만 보면 마음이 뿌예진다
밥알을 말아서 입술로 먹으면
왠지 미안하고 괜스레 고맙다
미역을 그냥 잘게 잘라서 맨물에
오이채에 맨 소금 간,
싱거우니, 그래서 식염 식초
그거 좋다, 암 것도 안 들어간 투명이 좋다
미역은 또 물과 어울려 노니, 맑아
이때는 업소용 레시피도 용서 된다
바다 소식 바다 소식 바다 소식
미끌거리는 미역과 사각거리는 오이와
찡기는 밥알이면 소식도 좋다
다시마야 제 물을 다 뺏으니 불어 미끌거리는 것
입천장에 붙어서 이쁜 미역
신맛마저 맑은 냉국
미역만 보면 몸도 마음도, 멱 감듯
해산한 듯, 다, 풀린다
*오후 세 시의 주방 편지(시로 여는 세상,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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