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에 고추장 비벼 먹는
전 동 균
화성에 갈까봐
화성에, 화성에 가서 토끼를 키울까봐
마태수난곡 들으면
햇반에 고추장 비벼 먹는 저녁이면
기차가 달려오네
검은 옷 입은 사람들 가득 찬
텅 빈 기차는
바닷가 모래밭에 나를 남겨두고
블랙홀 같은 파도 속으로 사라지고
화성에, 화성에 갈까봐
화성에 가서 눈이 붉은 토끼들과 탁구를 칠까봐
귀를 쫑긋대며 블루스를 출까봐
닫힌 문을 보면, 별일 없니?
걱정스레 안부를 묻는 마음들
시장 좌판에 쪼그려 마늘을 까는 손들
밥 먹는다는 일의 누추와 장엄
ㅡ꿈 따윈 가지지 마, 그럴수록 고통스러우니
사슬에 묶인 채 악기를 켜듯
나무들 불타오를 때
나는 만나고 싶어 내 뒷모습을
수컷이 새끼를 낳는 해마들의 나라,
그 처음이며 끝인 시간을
*우리처럼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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