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춘삼월을 건너는 법 [전동균]

초록여신 2015. 2. 8. 11:04


춘삼월을 건너는 법

 전 동 균










꽃들만 왔다 가는 기라 쓸데없이



떨고 있는 창문들

어디론가 끝없이 걸어가는 의자들

밤이면 아스팔트를 뚫고 달려오는

초록 이리떼 울부짖음



쌀통만 바닥나고 있는 기라

제 모습을 멀뚱멀뚱 비춰보는 연못의

구름의 혓바닥만 마르고 있는 기라



전생을, 전생에 맡겨둔 물건을 찾아오듯

햇볕을 나르는 손들은

절벽과 마주 선 절벽이거나

휘몰아치는 급류를 감춘 적막의 형제들



아무도 데려가진 못할 기라 귀신은커녕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기라

그렇게 믿는 기라 그래야 사는 기라



지진 터지고 쓰나미 덮치고

해 지지 않는 밤의 사막들이 와서

발끝에 심장에

조용한 잠의 밑바닥에

온갖 내전(內戰)을 일으켜도



그냥 친구들끼리 야유회 하듯 지나가는 기라

술 진탕 마시고 목청껏 노래 몇자락 불러제끼고

미안함다, 인사 한번 꾸벅하는

꽁지머리 바람처럼




*우리처럼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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