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을 건너는 법
전 동 균
꽃들만 왔다 가는 기라 쓸데없이
떨고 있는 창문들
어디론가 끝없이 걸어가는 의자들
밤이면 아스팔트를 뚫고 달려오는
초록 이리떼 울부짖음
쌀통만 바닥나고 있는 기라
제 모습을 멀뚱멀뚱 비춰보는 연못의
구름의 혓바닥만 마르고 있는 기라
전생을, 전생에 맡겨둔 물건을 찾아오듯
햇볕을 나르는 손들은
절벽과 마주 선 절벽이거나
휘몰아치는 급류를 감춘 적막의 형제들
아무도 데려가진 못할 기라 귀신은커녕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기라
그렇게 믿는 기라 그래야 사는 기라
지진 터지고 쓰나미 덮치고
해 지지 않는 밤의 사막들이 와서
발끝에 심장에
조용한 잠의 밑바닥에
온갖 내전(內戰)을 일으켜도
그냥 친구들끼리 야유회 하듯 지나가는 기라
술 진탕 마시고 목청껏 노래 몇자락 불러제끼고
미안함다, 인사 한번 꾸벅하는
꽁지머리 바람처럼
*우리처럼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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