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저녁
전 동 균
한껏 고개 뒤로 젖혀서
하늘의 시린 뺨을 핥아보자는 거다
저무는 햇살의 새끼손가락을 오물오물 빨아보자는 거다
산 밑 가겟집에 모여 날마다
새우깡에 소주 먹는 사람들,
주인 몰래 소주병 들고 가다 문턱에 걸려 자빠지는
실업(失業)의 금 간 얼굴들 더불어서
헐렁한 바지, 노끈으로 허리 묶고 서서
복사뼈 다 드러내고 서서
저 산이 놀란 고라니처럼
어스름 속으로 뛰어가는 것을 훔쳐보자는 거다
눈에서 눈으로, 발바닥에서 배꼽으로 번져오는
철 지나 흐드러진 꽃웃음을 껴안아보자는 거다
사랑과 죄와 고독이 하나이듯이, 그렇게
언 고욤이 단맛을 깊이 품듯이, 그렇게
*우리처럼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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