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낮아지는 저녁 [전동균]

초록여신 2015. 2. 7. 19:38


낮아지는 저녁

 전 동 균









한껏 고개 뒤로 젖혀서

하늘의 시린 뺨을 핥아보자는 거다

저무는 햇살의 새끼손가락을 오물오물 빨아보자는 거다



산 밑 가겟집에 모여 날마다

새우깡에 소주 먹는 사람들,

주인 몰래 소주병 들고 가다 문턱에 걸려 자빠지는

실업(失業)의 금 간 얼굴들 더불어서



헐렁한 바지, 노끈으로 허리 묶고 서서

복사뼈 다 드러내고 서서



저 산이 놀란 고라니처럼

어스름 속으로 뛰어가는 것을 훔쳐보자는 거다

눈에서 눈으로, 발바닥에서 배꼽으로 번져오는

철 지나 흐드러진 꽃웃음을 껴안아보자는 거다



사랑과 죄와 고독이 하나이듯이, 그렇게

언 고욤이 단맛을 깊이 품듯이, 그렇게





*우리처럼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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