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비어 있다
김 언
당신의 배경은 종이인가 담벼락인가 다 구겨진 영사막인가
당신은 뚜렷이 서 있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창문도 대문도
벽도 없는 공간이 만들어놓은 안식처에 당신은 겨우 붙들려 있다
겨우 튀어나오는 목소리는 공기의 이동과 다르지 않다
대기의 흐름과 다름없는 당신의 이동과 정지 알 수 없는
공기들이 죽어 있는 대로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공백이
두려워서 화면은 움직인다 소리도 빛도 모두 정체 상태에서
움직인다 하나씩 차례차례 앞자리가 비는 대로 뒷자리가
채워주는 대로 전진하는 빛 차오르는 소리 냄새와 그림자
거의 모든 것이 비어 있는 금속의 내면이 어떤 함성에도
움직이지 않을 때 공기를 가르는 비행의 흔적은 균열을
가르는 망치와 정의 끝에서 시작하는 막다른 충격과
얼마나 다른가 얼마나 엇비슷한가 다 엎질러진 물빛에도
얼굴이 굳는다 표정은 한 번 본 그대로 푸른 스크린에 펼쳐지고
묻어난다 마땅히 분노할 만한 장소가 거기라는 듯
*모두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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