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말 없는 발 [김언]

초록여신 2014. 7. 14. 14:24

 

말 없는 발

 김 언

 

 

 

 

 

 

 

 

 

 

그는 몸에 붙은 말을 털어냈다

마치 주어가 필요 없는 문장처럼

아무 데나 발을 뻗고 누구와도 악수할 수 있는

상황을 좋아한다 울음을 흘리면

눈물이 나오고 웃음을 감추면 적의가 보이는

그런 표정, 그런 단순한 얼굴, 그런 상황으로 똘똘 뭉친

그의 행동에는 말이 없다 걸음이 보인다

말 많은 그림자가 그를 에워싸고

수상한 문장들이 그를 둘러싸고

쫓아다닌다 말 없는 그의 발을

주인 없는 그의 움직임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날이 저물어서 꽁무니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쫓아간다

주어가 사라진 오솔길, 얼굴도 모르는

담벼락, 사이도 없는 강의 이쪽과 저쪽에서

그는 어정쩡한 목소리로 답변하고 있다

고개를 저으며 고개를 숙이며 동시에

해가 떠오르거나 거꾸로 처박히는 모습을

들려주고 있다 어느 날 그가 읽고 있는 책에서

그가 튀어나와서 책을 덮을 때까지

한 걸음도 부축할 수 없는 그의 전진은

많은 발을 거느리고 다녔다 질문보다

더 많은 발과 발자국을 품고서

말 없는 동사는 마침내 발이 되고 있다

저 혼자 가는 문장은 기어이 행동이 되고 있다

웃음을 흘리며 적의를 감추며 아무래도

더 할 말이 남아 있는 몸에서

발부터 먼저 나가는 손을 꼭 붙들고 있다

 

 

 

 

*모두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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