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
복 효 근
이 집안은 고래로 고래 집안이다
할아버지가 그랬다고 하고
아버지가 그랬다
구들장 방고래에 불은 안 넘어가도
도갓집 술청에서 고래 목을 타고
난바다는 술술 잘 넘어갔을 것이다
그 덕에 우리는
고래 등 같은 집은 꿈에도 없었다
가끔 고래가
고래고래 질러대는 고함 소리에
이상하게도 파도가 가라앉고 바람이 잦아들었다
상어도 바다코끼리도
아무도 우리를 건드리지 않았다
꼬막 껍데기 같은 지붕 아래
고래 심줄 같은 가난이
우리를 친친 감아 하나로 묶어주었다
그때 아버지의 나이쯤 이르러 나도 가끔 고래가 된다
항상 지는 싸움이긴 하였어도
싸우기 위해 고래가 되었을 것이다
고래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생애 추웠을 것이나 맑았다는 듯
검은 이불 홑청 같은 하늘 한구석
고래자리 별들이 호롱을 켜고 있다
*따뜻한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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