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야생의 빗소리 [허만하]

초록여신 2013. 9. 6. 22:08

 

야생의 빗소리

 허 만 하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

빛은 태어나고 부서진다

하늘을 쥐어짜며 뛰어내린

1억 년 전의 빗방울 자국

어둠의 극한에서 빛이 터지듯

땅바닥에서 부서진 자욱한 빗소리

 

 

초록색 식물의 왕성한 번식력

비에 젖어 번들거리는 파충류 피부

짐승의 눈은 조용히 바라볼 뿐

따지지 않는다

짐승의 혀는 배고픔을 핥을 뿐

말하지 않는다

 

 

인간의 언어로 오염되기 이전의

야생의 순수

발자국이란 말을 넘어서서

백악기 비의 발자국 송송 드러내는

고성 계승사(桂承寺)  바위 벼랑 단면에서 부서지는

5월의 싱싱한 햇살

 

 

 

* 시의 계절은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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