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생일 [류인서]

초록여신 2013. 8. 31. 09:12

생일

 류 인 서

 

 

 

 

 

 

 

 

 

 

어서 오세요 어머니 오늘이에요

나 지금, 당신이 말한 그 끔찍한 나이에 닿았어요

습관처럼 놓인 생일상을 보세요 아름다운 붉은 상보 좀 보세요

 

 

드세요 어머니 하고많은 날의

불어 터진 장수면발을 드세요

무지개떡 쑥개떡 장미화전 드세요

벽사진경의 이 수수팥경단은 꼭꼭 씹어 드세요

앞접시 뒷접시의 케이크 조각도 드시고요

노래가 시들기 전 미역줄기 식기 전, 양초의 작은 불꽃 후- 불어 꺼드릴게요

 

 

드시고도 헛것처럼 그대로인 시장기로는

나를 드세요 내 화분의

미뢰가 사라진 혓바닥 선인장을 드세요

이 귓바퀴와 오돌뼈를 드세요 휘파람 마파람 소리까지 잊지 말고 드셔주세요

 

 

역산(逆産)의 산고 넘어 새파랗게 나 낳아주신 어린 어머니

주름 많은 되새김 위장 속 내가 삼킨 천사와 악마의 수컷들까지

이물 없이 드셔주세요

 

 

드시고

밝은 날 밝은 시 골라

다시 날, 낳아주세요 어머니

 

 

 

* 신호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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