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야성 [류인서]

초록여신 2013. 8. 23. 11:44

야성

 류 인 서

 

 

 

 

 

 

 

 

 

 

삶이 한 마리 짐승처럼 네 몸에 갇혀 울부짖는다

삶이 회돌이를 지난 강물처럼 네 몸의 바다를 향해

줄달음친다

고삐 놓친 계절이 바람채찍을 휘두르며 황혼과 안개의 거리를 가로지르고

내일을 알지 못하는 열망은 여자의 몸을 빌려 수태하지도 않은 아이 이름을 짓게 한다

겨울은 잠시 너의 짐승이 되는 시간,

너는 새를 기다리던 골짜기 벼랑 위에

쓰러진 나무의 초록 심장을 꺼내 묻어두고

깊은 데서 울리는 어둡고 비밀스런 목소리를 듣는다

키 작은 밤나무 숲길 아래로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던 인디언 소녀가 걸어간다

너는 아무 곳에도 없는 낯선 짐승

눈과 북풍의 산맥을 넘어 나날의 전장으로 가는 사냥꾼이다

 

 

 

* 신호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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