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우울 9
ㅡ앵무새 기르기
영혼 없는 새
남의 말을 따라 하는 새
고장난 녹음기보다 더 나쁜 새
내 영혼을 들킬까봐 남의 말 뒤로 숨는 새
세상은 그런 새를 기르기를 원한다
그런 새를 만들려고
학교를 만들었고 입시를 만들었고
사법고시를, 언론고시를 만들었다
앵무새를 길러놓으니 참 편해, 내 말을 다 해주잖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매번 그렇게……
참 고마워라,
숲에서 우는 소쩍새여, 꾀꼬리여, 부엉이여,
놀라워라
제 소리로 제 슬픔을 애통하며
에레미아 선지자처럼
세세년년
남의 슬픔을 관통하는 새
앵무새는 죽어도 못 따라갈
영혼 고운
새
* 희망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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