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서울의 우울 9 [김승희]

초록여신 2013. 1. 16. 20:10

서울의 우울 9

ㅡ앵무새 기르기

 

 

 

 

 

 

 

 

 

 

 

영혼 없는 새

남의 말을 따라 하는 새

고장난 녹음기보다 더 나쁜 새

내 영혼을 들킬까봐 남의 말 뒤로 숨는 새

세상은 그런 새를 기르기를 원한다

그런 새를 만들려고

학교를 만들었고 입시를 만들었고

사법고시를, 언론고시를 만들었다

앵무새를 길러놓으니 참 편해, 내 말을 다 해주잖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매번 그렇게……

참 고마워라,

숲에서 우는 소쩍새여, 꾀꼬리여, 부엉이여,

놀라워라

제 소리로 제 슬픔을 애통하며

에레미아 선지자처럼

세세년년

남의 슬픔을 관통하는 새

앵무새는 죽어도 못 따라갈

영혼 고운

 

 

 

 

 

 

* 희망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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