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속의 생 8
김 승 희
달걀을 던지지 마라
오히려 달걀이 돌이 되어가는 시간을 기다려라
달걀이 돌이 되어가는 시간이 있다
달걀이 물이 되어가는 시간도 있다
돌보다 작은 다윗의 조약돌이 되어가는 시간이 잇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삼송 냉장고 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시간이 있다
돌이 달걀의 안에서 팽창해가는 시간이 있다
수축해가는 시간도 있다
그러저러한 어느 봄날, 부활의 날을 기다려서
세상의 모든 달걀들아, 궐기하라,
양계장에서 도매상 창고에서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집집마다 냉장고에서
세상의 모든 달걀들아
궐기하라……
깃발이 없어도
노오란 봄에 불현듯 피어나는
방향이 없어도 우후죽순같이
노오란 개나리처럼 궐기하라
잠옷을 입은 채로라도 광화문 네거리에서 만나
노란 털이 조금 보이는 피 묻은 이마로라도
서로 꿈을 훔쳐보며
날아가는 달걀은 어차피 허무주의적 깃발!
* 희망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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