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 증상
김 기 택
길게 늘어선 차들 사이에서 점점 느려지던 버스가
아예 멈춰버리자
의자에 조용히 붙어 있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의자는 자꾸 엉덩이를 들었다 놓고
손가락들은 목과 뒷덜미를 긁고
모가지들은 아무리 기웃거려도 움직일 생각 없는 창밖을
연신 두리번거린다
꿈쩍도 하지 않는 버스를 움직여보려는 듯
발들이 동동 구른다
땅바닥에 굳게 붙박인 나무와 건물이
계속 달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이 모든 게 핸드폰의 잘못이라도 되는 양
입들은 핸드폰에게 야단을 치고 짜증을 퍼붓는다
속도의 단맛에 중독된 유리창이
수전증처럼 덜덜 떤다
엔진은 곧 폭발할 듯 으르렁거리지만
근질근질한 바퀴는 터질 듯한 공기를 꾹 누르고 있다
* 갈라진다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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