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정 복 여
버려진 장독은 아무도 열지 않아
스스로 제 몸에 금을 긋는다
칼날은 아주 오래된 햇살
천둥소리, 그리고 어떤 기척들
더이상 빛도 소리도 아닌
캄캄함이 터지고
그 움직임에 한때 독을 드나들며
잘 놀았던 모두가 몰려와 주위를 맴돈다
독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일시에 깨어나는
왁자한 음표들
독은 잔뜩 부풀어
풀벌레 울음 가장 가까운 곳
그곳에 실금이 간다
마침내 맞금이 간다
독은 그렇게 스스로 몸을 열어
오래된 어둠을 소리로 바꿔간다
* 체크무늬 남자(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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