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독신 [정복여]

초록여신 2012. 8. 18. 12:04

 

독신

 정 복 여

 

 

 

 

 

 

 

 

버려진 장독은 아무도 열지 않아

스스로 제 몸에 금을 긋는다

칼날은 아주 오래된 햇살

천둥소리, 그리고 어떤 기척들

더이상 빛도 소리도 아닌

캄캄함이 터지고

그 움직임에 한때 독을 드나들며

잘 놀았던 모두가 몰려와 주위를 맴돈다

독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일시에 깨어나는

왁자한 음표들

독은 잔뜩 부풀어

풀벌레 울음 가장 가까운 곳

그곳에 실금이 간다

마침내 맞금이 간다

독은 그렇게 스스로 몸을 열어

오래된 어둠을 소리로 바꿔간다

 

 

* 체크무늬 남자(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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