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
안 도 현
눈발 속을 기어가는 저 포도 줄기들,
마른 덩굴손 꼭 감아쥔 채 떼어내지 못하고
포도시 앞으로 배를 밀고 나아가는
저 허공의 포복,
더듬더듬 포도밭을 건너가는
저 줄기들이 맹인이라면
이곳은 눈 내리는 맹청(盲廳)이겠다
발자국도 없이 두런두런 모여
꿈틀거리는 포도 줄기들,
나는 맹인들이 일으키는 해일을 안다
검은 눈망울의 폭풍우가
포도밭 너머 전국 곳곳으로
번지게 되는 날을 안다
* 북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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