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옛길
안 도 현
가파른 벼랑 위에 길이, 겨우 있다
나는 이 옛길을 걸으며 짚어보았던 것이다
당신의 없는 발소리 위에 내 발소리를 들여놓아보며 얼마나 오래 발소리가 쌓여야 발자국이 되고 얼마나 많은 발자국이 쌓여야 조붓한 길이 되는지
그해 겨울 당신이 북쪽으로 떠나고
해마다 눈발이 벼랑 끝에 서서 울었던 것은,
이 길이, 벼랑의 감지 못한 눈꺼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보았던 것이다
* 북항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안도현] (0) | 2012.08.08 |
---|---|
기호의 모습과 기호의 마음 [김선재] (0) | 2012.08.06 |
회전 레스토랑 [박라연] (0) | 2012.08.06 |
얼룩의 탄생 [김선재] (0) | 2012.08.05 |
북항 [안도현] (0) | 2012.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