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무릎 [강연호]

초록여신 2012. 6. 28. 12:08

 

무릎

 강 연 호

 

 

 

 

 

 

 

 

 

내가 내 무릎을 가만가만 어루만지는 마음이

시린 무릎보다 깊고 시리다

처음에 무릎의 통증은 비유가 아니었으나

점점 몸의 통증이 아니라

마음의 통증이라는 생각

 

 

원인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나이 들며 체중은 불고 살은 처져

중력을 감당하지 못하는 무릎이란다

늘어지니까 편하고 편하니까 더 늘어진 것

순순히 무릎 꿇고 받아들인 세월을 통해

 

 

결과는 단순할 정도로 놀랍다

제 체중조차 못 견디는 무릎이 아프다

아픈 무릎이야 살살 달래가며

덜 굽히면 되고 덜 걸으면 되고 덜 뛰면 되고

보호대라도 착용하면 되겠지만

 

 

>

 

 

이 무릎의 통증은 처음의 통증이 아니라

마지막 통증이어야 한다는 통증일 것이다

더 이상 순순히 무릎 꿇지 말라는

통증일 것이다, 이 통증마저 사라지면

천천히, 완전히, 마지막으로 무너지면서

 

 

그때는 무릎이 가만가만 나를 어루만질 것이다

 

 

 

* 기억의 못갖춘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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