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센티멘탈
하 재 연
오늘의 고깔모자를 벗고 나면
내일의 센티멘탈에는
조금 비가 들이치거나
조금 햇볕이 쏟아진다.
똑같은 목소리로 우는 양들의 이름을
구별하여 사랑하는
주인과도 같이
당신의 센티멘탈은
오늘 밤 다른 색깔의 누에고치로 잠이 드는
당신을 소유한다.
당신이 잠을 자는 동안
나의 꿈에 누구도 침입할 수 없듯이.
당신의 여름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나의 겨울에 등을 맞대고 있었지.
시리고 뜨거운 등에 새겨지는
어리석은 노래들, 기하학들.
우리의 센티멘탈은 밤을 따라 어디론가 흘러가고
그것이 남길 내일 아침의 양식,
숟가락과 젓가락이 떠올린
축축한 밥알들의
슬픔 없는 타원형.
*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 문지, 201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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