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불행한 반응 [유희경]

초록여신 2011. 8. 27. 09:20

 

 

 

 

 

 

 

 

 

1

입에 달라붙은 멜로디처럼 어떤 일은, 지독하게 기억난다

그때 나는 창백해진 얼굴과 그렇지 않은 시간

조금, 몸이 흔들렸다

주저앉은 얼굴과 가득한 밝은 빛이 테두리들 사이

있던 사람이 없어지고 나서야

 

 

2

불행한 소식을 들었다

우는 사람은 늘 같은 방향으로 돌아선다

나는 내 몫의 것들을 믿지 않았다

지금은 언제나 눈물방울처럼 움직인다

 

 

3

목으로 치미는 목소리가, 써지지 않는 순백의 글자가 귀를 틀어막은 음악이 오늘이다가 갑작스럽게 멈춰버리곤

오늘이 믿기지 않는다

 

 

4

울며 말했다 울음이 말을 막고 말이 울음과 섞여서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그 소리가 나를 잡아당겼다 언제나 무수한, 너와 너들

 

 

5

검은 건반이 내 손가락을 누른다

발가벗은 음들이 내 귀를 당긴다

듣는 감각 쏟아진다

통증이 나를 아파한다

들어가 나오지 않는 추억이여

이런 일을 참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내 부끄러움에 찬성하지 않는다

 

 

 

* 오늘 아침 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