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장 추웠다는 날 아침
굿모닝마트 쓰레기통 옆에서
젖어 축 늘어진 작은 개 한 마리
검은 쓰레기봉지 물고 씨름을 한다
어린 티 벗은 지 얼마나 됐다고
어디 가서 애비도 모르는 새끼를 배어왔느냐고
악다구니할 어미도 없이
손등을 핥으면 머리털 쓰다듬어주며
사료봉지를 풀던 주인도 없이
아침부터 쓰레기를 뒤진다
풀리지 않는 쓰레기봉지의 매듭을
이빨로 물고 흔들 때마다
분홍빛 젖과 거기 매달린 젖꼭지가
함께 흔득ㄹ린다
그 속에서 닭뼈 하나를 찾아 먹고서라도
개는 입춘이 지나면
이 골목 어디에선가
살빛이 뽀얀 새끼들을
고물고물 낳아놓을 것이다
올해 들어 가장 추웠다는 날 아침
*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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