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비밀의 풍경 [유희경]

초록여신 2011. 8. 25. 22:33

 

 

 

 

 

 

 

 

 

 

 

 낡은 거리 위로 아무도 걸어가지 않는다 거기, 쓰러진 그림자들 사이에 내가 있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 구름이 지나간다 나는 울음을 믿지 않았으므로 알사탕을 문 아이처럼 울고 싶었다

 

 

 어둠이 걷히자 모든 것이 반짝인다 반짝이지 않는 것은 모든 것에 포함되지 않는다 미끄럽고 가벼운 잠결에 태어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차가운 손을 내놓고 있다 그건 누군가 찾아오는 소리 같고 나는 닫을 준비처럼 보인다

 

 

 아니면 나는 누군가의 회색 코트 위에 서 있다 그런 일은 습관이다 이맘때 누구나 나눠 갖는 비밀 같은 것 그러므로, 누군가의 창백한 얼굴을 떠올리거나 표정을 삼켜버리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대해서는 적지 않는다

 

 

 그 위에서, 나는 무엇을 빌려야 했을까 영문 없이 말라 바스러지는 기억들, 날아가 흩어진다 어떻게 되었든 나는 계속 지나갈 것이다 먼지 묻은 어둠을 털어내며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너무 거칠고 투명하다 그래,

 

 

 누구나 그렇길 바란다고 나는 중얼거린다 아니 중얼거린 건 내가 아니고 나는 들었는지도 모른다 잠깐 어깨가 움츠러든 가까운 곳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리거나 수그려도 나는, 이제 보이지 않을 것이다

 

 

 

* 오늘 아침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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