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ㅡ시간에 항거하는 기억의 형식으로
밤 사람 하나 나갔고
밤 사람 하나 들어오고
새벽 3시 멈춘 붉은 당구알
나 혼자 치는 당구.
벨벳 같은 살결을 쓰다듬다
무수히 나는 삶을 베였다 면도날에.
아침은 먼지 저장소
누군가 내다 버린 고양이
누군가 뭉쳐 버린 고름 묻은 솜
뜯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꽃다발
욕하다 지친 휴대폰
흙 들어간 노래 방울
목 졸라 버린 수도꼭지
찌그려 놓은 캔 깡통
탑승 시간 놓쳤던 항공표
베를린 타겔 공항에서
들킨 담배 두 보루
공항 검색대에서
찔러도 죽은 체하는 해삼
(아침은 늘 죽은 체하다가
그러다 죽는 느낌으로 시작하지
그러다 정말 죽늑 느낌으로 죽지)
돌멩이가 잠들기 위해 선택한 땅
땅속으로 투신해 버린 돌멩이
강물 속으로 행진하는 군가
아침은 왜 꽃들에게 축사를 시키지 않을까?
* 고요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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