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아침 [조정권]

초록여신 2011. 5. 7. 09:53

아침

ㅡ시간에 항거하는 기억의 형식으로

 

 

 

 

 

 

 

 

 

밤 사람 하나 나갔고

밤 사람 하나 들어오고

새벽 3시 멈춘 붉은 당구알

나 혼자 치는 당구.

벨벳 같은 살결을 쓰다듬다

무수히 나는 삶을 베였다 면도날에.

아침은 먼지 저장소

누군가 내다 버린 고양이

누군가 뭉쳐 버린 고름 묻은 솜

뜯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꽃다발

욕하다 지친 휴대폰

흙 들어간 노래 방울

목 졸라 버린 수도꼭지

찌그려 놓은 캔 깡통

탑승 시간 놓쳤던 항공표

베를린 타겔 공항에서

들킨 담배 두 보루

공항 검색대에서

찔러도 죽은 체하는 해삼

(아침은 늘 죽은 체하다가

그러다 죽는 느낌으로 시작하지

그러다 정말 죽늑 느낌으로 죽지)

돌멩이가 잠들기 위해 선택한 땅

땅속으로 투신해 버린 돌멩이

강물 속으로 행진하는 군가

아침은 왜 꽃들에게 축사를 시키지 않을까?

 

 

 

 

* 고요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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