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토끼가 보인다 [김지유]

초록여신 2011. 5. 7. 09:45

 

 

 

 

 

 

 

 

 

 

괘종시계가 열한 번째 울고 멈춘

응접실에 앉아 유리창을 응시할 때

낯선 토끼, 홍당무 내밀며 말한다

 

 

난 달에 살아

이걸 먹고 싶어 여기에 왔어

아주 오랫동안 마카로니만 먹었거든

 

 

가끔씩 희고 단 유즙을 뿌려댈 때면

유성은 그것으로 상처투성이 길들을

빨아들이며 무늬를 박아두곤 해

그러면서 황홀한 사라사를 자아내지

 

 

오! 날카로운 비수, 첨탑들이

어둠을 찔러대는 건 여전하군

그러나 위대한 밤은 유리조각 같은

발악 따위 아랑곳 않고 빨아들이지

 

 

혼자라 외롭겠다고?

외롭지 않으려고 혼자 있는 걸

자, 하나 더 줄게

 

 

손에 들려있는 홍당무를

아작, 씹어본다 창밖의 달 속으로

깡충 뛰어 들어가는 토끼가 보인다

 

 

* 액션페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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