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혼자 있는 시간을 잘 길러
꽃바구니 하나 만들어
문밖에 놓고 갔다.
꽃바구니가 꽃이었다.
푸른 잎사귀들도 모두 꽃이었다.
시들어 가도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다.
쓰레기 분리수거일이 오자
빈 바구니를 버리려다가
곰곰 생각한다.
받고 나서 무심히 구겨 버린
꽃 포장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저 포장지가 성체(聖體) 아닌가.
저 빈 바구니가
성소(聖所)가 아닌가.
밤에는 별의 비가 오래 내렸다.
흠뻑 젖고 젖으면서 오랜만에 들었다.
별들의 음향!
음향의 침공!
* 고요로의 초대, 민음사(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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