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꽃을 전해 주는 스무 가지 방법 중에서 하나 [조정권]

초록여신 2011. 5. 3. 22:20

 

 

 

 

 

 

 

 

 

 

 

누군가 혼자 있는 시간을 잘 길러

꽃바구니 하나 만들어

문밖에 놓고 갔다.

꽃바구니가 꽃이었다.

푸른 잎사귀들도 모두 꽃이었다.

시들어 가도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다.

쓰레기 분리수거일이 오자

빈 바구니를 버리려다가

곰곰 생각한다.

받고 나서 무심히 구겨 버린

꽃 포장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저 포장지가 성체(聖體) 아닌가.

저 빈 바구니가

성소(聖所)가 아닌가.

밤에는 별의 비가 오래 내렸다.

흠뻑 젖고 젖으면서 오랜만에 들었다.

별들의 음향!

음향의 침공!

 

 

 

 

* 고요로의 초대, 민음사(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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