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사실이 있었다 사실을 믿어선 안된다
사실은 사실 아닌 것이 돼버릴 수 있을 만큼만 사실이다
당신이 버리고 떠나는 걸 내가 받아들이는 이유이다
몸, 그것을 펴고 닦고 결박해서
거친 베옷에 집어넣어버린 손들이 떠난 빈방
관이 들려나가고 없는 바닥
몸이 간신히 누르고 있던 자리가 다시 곤히 부풀어오르는 순간을
오래, 들여다본다
더는 사실이 아닌 투명한 당신이 한낱 사실을 사실로 돌려놓고
맨 마지막으로 나가는 것을,
몸 없는 당신의 첫번째 마술을
사실적인 뿐인 나는 오래
지켜본다, 다만 사실적으로
이곳에 사실이 있었다 사실을 사랑해선 안된다
내가 당신을 붙잡지도, 놓지도 않는 이유이다
* 아픈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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