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마라
아물지 않은 채 우리 그냥 이대로
세상을 건너자
의도하진 않았지만
절로 겨눠진 서로의 칼날이
자주 심장을 후벼내곤 했다
어차피 묽은,
육수처럼 싱거운 세상 아니더냐
소금 치듯 그렇게
진물뿌리며 살며 그만인 것을
상처가 크면 세상에 뿌릴
진물도 넉넉해진다
흙을 지닌 마음 있으니
나, 씨앗처럼 일어나
조용히 화분 속으로 스민다
단 한 번
봄볕 없는 삶이 어딨더냐
너무 늦게 드리워진 봄볕이 따가울지라도
남겨진 습기에 뿌리를 묻고
지난 상처를 달랜다
아물지 마라 부디
아물지 않은 채 그냥 이대로
세상을 건너자
건너가서 다시는
겨누지 말자
한 세상 치유하기에는
상처가
너무 깊다
* 열꽃 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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