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들꽃으로 살았어도
들녘의 귀퉁이 한 자락 움켜쥐지 못했으니
그래, 이건 너무한 거다
배로 기어온 길바닥 위에
달팽이 진액 흘리듯 끈적한 내장 쏟아낸 시절은
온전히 쓰라렸는가
번들거리는 살의처럼 타들어가는 야생잎들이
주위를 빙 둘러 피었다 서둘러 지고
나는 떨치지 못한 열독에 싸여
간혹 바람개비로 바다를 건지는 꿈을 꾸었다
스스로 짊어진 불더미를 고봉밥으로 떠서
꾸역꾸역 목구멍에 밀어넣을 때
생각했다 가끔 널
살해하고 싶었지만, 나
사랑이었을지 몰라 너 없인
불에 젖을 수가
가장 아름다운 꽃잎만 기르고 싶었던 공중 화단에
주르륵 뿌리들이 번져 흘렀다
피지처럼 구겨진 가슴을 찢고
쓰라리게 시 하나가ㅡ
* 열꽃 공희 / 천년의 시작, 2011.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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