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억도 중독되는 거야
아버지 원리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
우울을 가득 넣은 끈이 긴 가방처럼
어깨에 매여 있던 영상들
잠시 그것들 내려놓으면
어깨가 홀가분하고
또 무거워지곤 했다
사는 일이란
빌려 쓰는 비닐우산 한 장일 따름이라고
당신의 우산 속에 많은 것들을 들여보내고
밀려나 비 맞던 아버지
당신 것이었으되
한 번도 그것으로 비를 피하지 못했던
그가 어루만져 만질만질해진 빗줄기들은
구석기 유물처럼
형식만 남아 경이롭게 내 앞에
진열되곤 했다
2
섬 같은 우산
우산 같은 섬
섬이야 자신을 우산이라 여겨도 무방하지만
공연한 원리는 그래도
우산은 우산일 뿐이라고 말한다
고작 우산 하나에 지나지 않는 한 생애가
때로 섬처럼 사뿐 떠 흐르다가는
공연히 내 가슴팍에 날카롭게 박혀
명치를 쥐어뜯곤
하였다
* 열꽃 공희 / 천년의 시작, 2011.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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