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간다
밀린 봄소풍 가듯
술과 음료수 갖가지 과일과 프라이드 치킨 싸들고
꽃 한 다발 앞세운 채
무덤 간다
풀 한번 베고
눈물 한번 베고
까르르 웃음 한번 베고
조카들은 즐거이 무덤가를 뛰어다닌다
공복의 잔을 높이 치켜들고
먹고 마시는 동안
술추렴이 슬픔을 넘는다
무덤 앞에서 보여줄 것이라곤
식욕밖에 없다는 듯
기필코 잘 먹고 잘살겠다는 그 약속 보여주려는 듯
한바탕 진하게 떠들고 놀다가
정승처럼 잘살고 있으니
아무 염려 말라고 망자(亡子)의 곁에
꽃다발 대신 앉혀놓고
낮술을 붓는다
* 뭇별이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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