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유쾌한 성묘 [배영옥]

초록여신 2011. 3. 29. 23:05

 

 

 

 

 

 

 

 

 

 

무덤 간다

밀린 봄소풍 가듯

술과 음료수 갖가지 과일과 프라이드 치킨 싸들고

꽃 한 다발 앞세운 채

무덤 간다

풀 한번 베고

눈물 한번 베고

까르르 웃음 한번 베고

조카들은 즐거이 무덤가를 뛰어다닌다

공복의 잔을 높이 치켜들고

먹고 마시는 동안

술추렴이 슬픔을 넘는다

무덤 앞에서 보여줄 것이라곤

식욕밖에 없다는 듯

기필코 잘 먹고 잘살겠다는 그 약속 보여주려는 듯

한바탕 진하게 떠들고 놀다가

정승처럼 잘살고 있으니

아무 염려 말라고 망자(亡子)의 곁에

꽃다발 대신 앉혀놓고

낮술을 붓는다

 

 

 

* 뭇별이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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