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타워팰리스의 공중 부양 [김점용]

초록여신 2010. 11. 23. 10:48

 

 

 

 

 

 

 

 

 

 

 사람들은 내가 명상을 시작한 지 삼 일 만에 공중 부양을 했다고 하면 정말? Really? 광릉수목원 아래 별장의 별채에 세 들어 살 때 반가부좌로 명상을 하는데 어느 순간 목이 불편하였다 나도 모르는 새 내 머리가 거실 천장에 닿아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고개가 앞으로 꺾인 채 떠 있었다

 

 

 그 뒤로 나는 특기란에 공중 부양이라고 적을 수 있게 되었다 드물게 믿는 사람도 있다 내 친구 세권이가 몸이 자꾸 아프다고 해서 본 적이 있다 그의 어깨 위에 흰 두루마리를 입은 조선의 선비가 꼿꼿이 서 있었다 친구에게 그 선비와 어서 화해하고 잘 지내라고 처방을 내주었다

 

 

 인사동 여자만에서 만난 한 시인은 몸이 아파 술을 못 마셨다 제대로 된 의자에 앉지도 못해 낚시용 접이의자를 따로 갖고 다녔다 그에게 진지하게 명상을 권했다 그가 정말로 명상을 열심히 하는지 이따금 그의 집 타워팰리스가 공중에 붕 떠 있다

 

 

 

* 메롱메롱 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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