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나에게는
감나무 한 그루 있어
외롭지 않네.
이 나무 아래서
감꽃을 주우며
그리움을 알았고.
여드름처럼 덜 여문
푸른 감 떨어지는 소리에
첫새벽 푸르게 눈뜨는 법을 배웠네.
바람에 살랑대던 감잎들.
감나무에 매달려
삐걱거리며 즐겁게 노래하던
내 푸른 도르래여.
감나무 그늘에서 속살거리던
귀밑이 홍시처럼 빨개지던 사랑.
그 사랑의 말이
감을 빨갛게 물들이고.
태양은
감을 딸 긴 장대처럼
감나무 끝에 걸쳐 있네.
이 가을 내 혀 밑에서
감씨 하나 여물어가고,
감을 딸 긴 장대 하나 있어
외롭지 않네.
ㅡ 『좋은 시 2001』, 삶과 꿈(2001)
* 감나무 잎에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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