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감나무 한 그루 [이준관]

초록여신 2010. 10. 5. 07:15

 

 

 

 

 

 

 

 

 

 

 

 

이 가을 나에게는

감나무 한 그루 있어

외롭지 않네.

 

 

이 나무 아래서

감꽃을 주우며

그리움을 알았고.

 

 

여드름처럼 덜 여문

푸른 감 떨어지는 소리에

첫새벽 푸르게 눈뜨는 법을 배웠네.

 

 

바람에 살랑대던 감잎들.

감나무에 매달려

삐걱거리며 즐겁게 노래하던

내 푸른 도르래여.

 

 

감나무 그늘에서 속살거리던

귀밑이 홍시처럼 빨개지던 사랑.

그 사랑의 말이

감을 빨갛게 물들이고.

 

 

태양은

감을 딸 긴 장대처럼

감나무 끝에 걸쳐 있네.

 

 

이 가을 내 혀 밑에서

감씨 하나 여물어가고,

감을 딸 긴 장대 하나 있어

외롭지 않네.

 

 

 ㅡ 『좋은 시 2001』, 삶과 꿈(2001)

 

 

* 감나무 잎에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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