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을 풀자
시신 썩은 냄새가 났다
상처도 목숨이었으니
따뜻한 묘지를 만들어줘야 할 텐데
삽과 괭이는 책? 가슴?
살점이 떨어져 나간 가구들을 볼 때마다
허벅지가 아픈데 거리로서만 치유 가능한
이사 치료 어디까지 왔을까
미처 실어 오지 못한 어느 집에선가의
미끈한 웃음소리, 숟가락 소리가
문 두드리는 것 같아
선잠 깨는 밤
가구와 가구 사이에 몸과 몸 사이에
책과 책 사이에
얼마나 많은 묘지를 파야 비로소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사이에
첫눈이 내렸다
* 빛의 사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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