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이탈 [이장욱]

초록여신 2010. 6. 14. 12:03

 

 

 

 

 

 

 

 

 

 

 

 

조그만 나사는 천천히 회전한다.

한 바퀴를 돌아가는 아주 오랜 동안

구멍 깊은 곳으로 그가 빠져나간 만큼 바람 든다.

안 보이는 그곳을 메우기 위해

사기그릇이 놓인 선반은 느리게 기울어진다.

너를 보내고 돌아오면서 나는

시속 일백 킬로로 질주하는 택시 안에 있었다.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았지만

추락에 대해 상상하는 별들은 없었다.

별 하나가 보이지 않게 궤도를 바꾸는 순간

실내의 난은 무거워진 몸을 낮춘다.

소파에 누운 네 몸의 빈곳으로

잠은 별빛처럼 스며든다.

하지만 모든 것은

약간의 이동일 뿐이니까.

그것은 술을 마시며 네가 한 말이었다.

붉고 긴 선들이 사 차선 거리 저편으로 사라진다.

내가 밤하늘의 시선으로 나의 질주를 바라보자

사기그릇이 놓인 선반은

어떤 추락에 대해 상상한다.

조그만 나사는 천천히 회전한다.

구멍 깊은 곳으로 천천히 바람은 든다.

밤거리의 저편으로 나는

조금씩 기울어진다.

 

 

 

* 정오의 희망곡, 문학과 지성사(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