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墨 정원 5
ㅡ물의 길
바다에 나가는 수많은 길들 중에 내가 택한 길은 작은 냇물을 따라가는 길이었네
내가 닿는 바다는 노인처럼 모로 누운 해안선의 한모퉁이였네
나를 내려놓고 길은 바닷속으로 잠겨들어가버리곤 했네
그러면 나는 두리번거리다가 그만 어둠이 되곤 했네
어둠을 이고 서 있는 소나무가 되어버리곤 했네
누군가 왜 그런 길을 택했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네
발을 다치지 않으려고 그렇게 했다고 대답했지만 그것이 대답이 될 수는 없다네
누군가 더 묻지 않은 것 참 다행이네
*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창비(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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