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작심(作心) …… 문태준

초록여신 2010. 6. 16. 00:22

 

 

 

 

 

 

 

 

 

 

모든 약속은 보름 동안만 지키기로 했네

보름이 지나면

나뭇가지에 앉은 새가 다른 데를 보듯 나는 나의 약속을 외면할 거야

나의 삶을 대질심문하는 일도 보름이면 족해

보름이 지나면

이스트로 부풀린 빵 같은 나의 질문들을 거두어 갈 거야

그러면 당신은 사라지는 약속의 뒷등을 보겠지

하지만, 보름은 아주 아주 충분한 시간

보름은 나를 당신을 부드럽게 설명하는 시간

그리곤 서서히 말들이 우리들을 이별할 거야

달이 한 번 사라지는 속도로

그렇게 오래

 

 

 

 

* 그늘의 발달, 문학과 지성사(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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