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는 꽃처럼 어지럽게 피어나
꽃처럼 무심하였다.
당신과 나는 인칭을 바꾸며
거리의 끝에서 거리의 처음으로
자꾸 이어졌다.
무한하였다.
여름이 끝나자 모든 것은 와전되었으며
모든 것이 와전되자 눈이 내렸다.
허공은 예측할 수 없는 각도로 가득 찼다.
누군가 겨울이라고 외치자
모두들 겨울을 이해하였다.
당신과 나는
나와 그는
꽃의 미래를 사랑하였다.
시청각적으로
유장하였다.
당신과 그는 가로수가 바라볼 수 없을 만큼
화사하고
그와 나는 날아가는 새가 조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신하고
나와 당신은 유쾌하게 떠들다가
무표정하게 헤어졌다.
우리는 일에 몰두하거나
고도 15미터 상공에 앉아
전화를 걸었다.
창가에 서서 쓸쓸한 표정으로 바깥을 바라보자
다시 당신이 지나가고
배후에 어지러운 꽃이 피었다.
* 정오의 희망곡, 문학과 지성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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