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흰
미라 같은 책이 있다
당신의 손은 고고학자의 그것, 침착하게
얼굴에 눌러붙은 붕대를 벗겨내는 중이다
빛 아래
차갑게 떠오르는
군데군데 변색한 미라 특유의 얼굴빛과
어둠이 파먹은 이 목 구 비
정작 중요한 건
누구도 이 책의 진짜 얼굴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붕대를 푸른 일만으로 끝나기 마련인
끝없는, 표지의 책이기 때문
썩지 않는다는 책의 심장은
발굴되지 않는다
* 여우,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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