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책 [류인서]

초록여신 2010. 5. 3. 20:23

 

 

 

 

 

 

 

 

 

 

 

온몸이 흰

미라 같은 책이 있다

 

 

당신의 손은 고고학자의 그것, 침착하게

얼굴에 눌러붙은 붕대를 벗겨내는 중이다

 

 

빛 아래

차갑게 떠오르는

군데군데 변색한 미라 특유의 얼굴빛과

어둠이 파먹은 이 목 구 비

 

 

정작 중요한 건

누구도 이 책의 진짜 얼굴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붕대를 푸른 일만으로 끝나기 마련인

끝없는, 표지의 책이기 때문

 

 

썩지 않는다는 책의 심장은

발굴되지 않는다

 

 

 

* 여우,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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