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ILOVE 진해

쓸쓸해 보였다 [최문자]

초록여신 2010. 4. 1. 10:40

쓸쓸해 보였다

ㅡ 진해, 도미의 무덤 앞에서

 

 

 

 

 

 

 

도미의 밋밋한 무덤 앞에 섰다.

결국은 무덤뿐일 이 쓸쓸함인 걸

가끔, 흘린 듯 육체를 걸고 싸울 때가 있다.

두 눈을 사랑에 절여넣은 도미처럼.

갈대숲을 휘감았던

그때 그 영혼의 피리 소리

막 들리는 듯하다.

삘리리 릴리이-

지어미 그물코에 걸리라고

미치도록 불어대던 화한 울음소리

차라리 울어야 할 풀이 되지 않고

무덤이 된 그대들의 가슴 앓던 정원 가서

바람 쪽으로 머리를 두었을

도미의 사랑을 따져본다.

죽음에 잠길 듯 잠길 듯 스미다가

끝내 서로의 영혼에 가깝게 다가가선

푹 쓰러졌던 자리.

그래, 그렇게 쓰러질 줄 알아야 사랑에 다다른다.

도미의 슬픈 자리에 서서

막막함으로 가득한 이 시대의 사랑을 바라본다.

진해가 쓸쓸해 보였다.

도미의 푸른 정맥이 숨어 있어서.

 

 

 

 

* 나는 가끔 진해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