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 보였다
ㅡ 진해, 도미의 무덤 앞에서
도미의 밋밋한 무덤 앞에 섰다.
결국은 무덤뿐일 이 쓸쓸함인 걸
가끔, 흘린 듯 육체를 걸고 싸울 때가 있다.
두 눈을 사랑에 절여넣은 도미처럼.
갈대숲을 휘감았던
그때 그 영혼의 피리 소리
막 들리는 듯하다.
삘리리 릴리이-
지어미 그물코에 걸리라고
미치도록 불어대던 화한 울음소리
차라리 울어야 할 풀이 되지 않고
무덤이 된 그대들의 가슴 앓던 정원 가서
바람 쪽으로 머리를 두었을
도미의 사랑을 따져본다.
죽음에 잠길 듯 잠길 듯 스미다가
끝내 서로의 영혼에 가깝게 다가가선
푹 쓰러졌던 자리.
그래, 그렇게 쓰러질 줄 알아야 사랑에 다다른다.
도미의 슬픈 자리에 서서
막막함으로 가득한 이 시대의 사랑을 바라본다.
진해가 쓸쓸해 보였다.
도미의 푸른 정맥이 숨어 있어서.
* 나는 가끔 진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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