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애월(涯月)에서 ....... 이대흠

초록여신 2010. 2. 7. 20:56

 

 

 

 

 

 

 

 

 

 당신의 발길이 끊어지고부터 달의 빛나지 않는 부분을 오래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무른 마음은 초름한 꽃만 보아도 시려옵니다 마음 그림자 같은 달의 표면에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발자국이 있을까요

 

 

 파도는 제 몸의 마려움을 밀어내며 먼 곳에서 옵니다 항구에는 지친 배들이 서로의 몸을 빌려 울어댑니다 살 그리운 몸은 불 닿은 노래기처럼 안으로만 파고듭니다

 

 

 아무리 날카로운 불빛도 물에 발을 들여놓으면 초가집 모서리처럼 순해집니다 먼 곳에서 온 달빛이 물을 만나 문자가 됩니다 가장 깊이 기록되는 달의 문장을 어둠에 눅은 나는 읽을 수 없습니다

 

 

 달의 난간에 마음을 두고 오늘도 마음 밖을 다니는 발걸음만 분주합니다

 

 

 

 

* 귀가 서럽다, 창비(20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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