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 따라가며 낙조 바라보면
마음 차분히 가라앉을 것 같았는데
인생을 한참이나 살고 난 후인데도
고요와 침묵은 또 다시 혼동을 일으킨다.
바다에 이불 펴고 누워
생각에 잠긴다
왜 그걸 몰랐을까
깨끗한 절망도 있다는 것을.
아침이면 그림 같은 햇살이
고요 속에서 다시 일어날 것인데
밤잠을 설칠 까닭도 없고
홀로 눈물 삼킬 일도 없다.
홍 빛은 애착의 다리를 건너
적요의 잠자리에 든다
사방은 선(禪)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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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현
강원도 평창 출생. 대학졸업 후 교편생활. 1992년 『문예사조』 등단. 시집 『누가 오시는가』『같은 세상을 살아도』, 국제 펜클럽, 한국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 강동문학회 회원이며 산문집 『조용한 오후』(가제)를 집필 중이다.
* 시반(詩伴)에게 / 천년의 시작, 2009.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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