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이라 마을의 논 오리들이 소작한 지도 몇 해째다 겨우내 비워놓은 오리막으로 어린 농부들이 입양되면 벼가 수그릴 때까지 꽥꽥 꽥꽥꽥 포기 사이를 부지런히 헤살 짓는다 가을이 다가오도록 오리는 갈퀴를 키우는 대신 날개는 잊고 산다 마침내 추수철이 가까워지자 인간의 골목들에 난데없는 오리탕 끓어 넘치는데 둑방 너머 저수지에는 어느 툰드라에서 쫓겨났을까 수면을 깨치고 떠돌이 날개들이 철버덩 철버덩 퍼질러 앉는다 이 무렵부터 마을의 공동부화장에는 내년의 농사꾼으로 길러지려고 수많은 오리알이 갈무리 된다 정착과 유목을 갈라놓는 것은 뿌려놓은 알들일까 부랑을 견디는 날갯죽질까
저수지의 청둥오리 떼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시베리아 어딜까 어느새 모내기철인가
* 꽃차례 / 문학과 지성사, 2009. 10. 29.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침대를 타고 달렸어 [신현림] (0) | 2009.12.05 |
---|---|
을왕리 낙조 [박이현] (0) | 2009.12.03 |
고로쇠나무가 있는 곳 [신현정] (0) | 2009.11.30 |
미술연필 [박철] (0) | 2009.11.30 |
유전하는 밤 [박주택] (0) | 2009.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