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보내고
천 년을 살았다는 제주도 비자나무
상록의 활엽을 보네
잎잎마다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지만
모두가 저렇게 푸르다면 분명 시간의 국경을 넘어온 천 년의 이파리가
저 잎들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혼자서 바라보았을 천 년의 석양과
천 년의 밤 하늘과
천 겹의 적막을 생각하며
나라는 나라와
당신이라는 나라의 국경을 생각하며
인연이 아니라는 말은 얼마나 억울한가
우연에 기댄다는 말은
얼마나 쓸쓸한가
조용히 중얼거리며
과장없이 무너져 우는 그늘 속에서
천 년의 이파리가 가만히 그 울음을 듣고 있었네
* 시에 2009년 가을호, 시와에세이
.......
천 년의 그 울음을 듣고 있으면서도
인연이 아니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센 바람 앞에서
천 년의 우는 그늘 속에 앉아있었던 그때를 생각하지만,
다시
인연을 잘 끊었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네요.
여전히
인연이 아니라는 말, 그 말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인연이 아니라는 말, 믿으시길...
인연이 아니라는 말, 이별할 때.
(인연 속에서,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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