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나무의 수사학 3 [손택수]

초록여신 2009. 8. 17. 13:58

 

 

 

 

 

 

 

 

 

 

 

식육점 간판을 가리다

잘려나간 나뭇가지 끝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흘러갈 곳을 잃어버린 수액이

전기 톱날자국 끝에 맺혀 떨고 있는 한때

나무에게 남아 있는 고통이 있다면 이제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수로를 잃은 물방울이 떨어질 때의 그

아찔하던 순간도 잠시

빈 소매를 펄럭이듯,

팔 없는 소맷자락 주머니에 넣고 불쑥

한 손을 내밀듯

초록에 묻혀 있는 나무

환지통을 앓는 건 어쩌면

나무가 아니라 새다

허공 속에 아직도

실핏줄이 흐르고 있다는 듯

내려앉지 못하고 날갯짓

날갯짓만 하다 돌아가는,

 

 

 

 

 

* 현장비평가가 뽑은 2009 올해의 좋은시 / 현대문학, 2009.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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