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육점 간판을 가리다
잘려나간 나뭇가지 끝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흘러갈 곳을 잃어버린 수액이
전기 톱날자국 끝에 맺혀 떨고 있는 한때
나무에게 남아 있는 고통이 있다면 이제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수로를 잃은 물방울이 떨어질 때의 그
아찔하던 순간도 잠시
빈 소매를 펄럭이듯,
팔 없는 소맷자락 주머니에 넣고 불쑥
한 손을 내밀듯
초록에 묻혀 있는 나무
환지통을 앓는 건 어쩌면
나무가 아니라 새다
허공 속에 아직도
실핏줄이 흐르고 있다는 듯
내려앉지 못하고 날갯짓
날갯짓만 하다 돌아가는,
* 현장비평가가 뽑은 2009 올해의 좋은시 / 현대문학, 2009.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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