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2호가 외출하나 보다
문이 닫히는 자동 잠금장치 소리에 이어서
방울 소리가 들린다
502호가 개와 함께 산책을 가나 보다
집만 나서면 아파트가 떠나갈 듯
사납게 짖어대던 개가 어느 날 갑자기 조용해진 뒤로
내 머릿속은 오히려 더 소란스러워졌다
정적이 짖어대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눈에 선해
문밖의 그 헛것에 더욱더 긴장하게 되었다
이글거리는 눈망울
움켜쥔 주먹처럼 떡이 된 털뭉치들
허공을 물어뜯으며 울부짖지만
성대가 제거되어 쉰 소리 하나 토해내지 못하고
축 늘어지는 혓바닥
야심한 밤
502호 연금생활자가 종일 시간만 죽이다가
개를 끌고 나가는 산책길
성대가 제거된 개가
현실이 제거된 502호를 끌고 나가는 산책길
환상통을 서로 교감하게 된 것일까
밤거리를 배회하고 돌아오는 방울 소리가
오늘따라 낭랑하다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수,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시, 사랑에 빠지다
2009. 0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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