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로시난테를 타고 세월을 가다 [박용재]

초록여신 2009. 2. 11. 04:46

 

 

 

 

 

 

 

 

 

 

세월을 따라가다

내 마음의 로시난테를 타고

나이 사십, 세상을 팽개치고

강원도 신작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헌 구두 젖은 발로

미친 듯 걷다 보니

푸른 공기 방울 속이다

무슨 맛일까, 무슨 공간일까

내 몸 그 속에 숨다

그 속에서 한숨 자다

히히, 우습다

공기 방울 속에서

바라보는, 사는 꼴이라는 게

그렇다. 공기 한 줌도 안 되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짧은 여행

그렇다 우습다

꿈이다, 사는 건 공기 속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

그녀의 별 속이다

어느 날 세상을 팽개치고

강원도 산길을 걷다가

한 줌 공기도 안 되는 나를 보았다

그것보다도 더 작은

그래서, 안쓰러운

 

 

 

 

 

*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민음사(2003)

 

 

.......

인생이라는 이름의 짧은 여행

그렇다 우습다

꿈은 아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었다.

현재의 안정 속에 있기까지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버리고 뛰고 달렸던가

갚아야만 하는,

보여지는 삶보다 보여지지 않는 삶이

그래서, 더 안쓰럽다

그런 안쓰러움 속에서도 꼿꼿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나만의 인생이므로.

오로지 내가 내 삶의 열쇠니까.

아주 작은 나

정말,

이제는 훨훨훨

새처럼 비상하고 싶다

어디든 날아가고 싶다

나를 놓아주기를...

그런 생각 속에서

불면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또 다시 불면의 밤을 헤매이다,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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