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을 너를 기다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막연한 것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무모하고 따분한 것 또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기다림이
부질없다거나 소용없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때론 인생이라는 것이 아주 묘한 존재여서
꼭 그렇게 확실한 것만이
제시간에 찾아오는 것만은 아니다
오지 않을 사랑도 사랑일 것이므로
그 기다림 또한 인생의 다른 이름일 것이므로
나의 하찮은 삶에 있어 기다림만큼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 또한 없을 것이다
기다림은 항상 쓸쓸함을 동반하지만
그 쓸쓸함 또한 기다림의 동무가 아니겠는가
비록 내가 세상을 잠시 비운
하필이면 그 시간에 네가 온다 해도
난 널 탓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세상에 버려진 채 삶을 계속하는 이상
나의 기다림은 지속될 것이다
난 오지 않을 너를 위한 기다림의 노예가 되어도 좋다
오지 않을 너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름다운 희망은 없을 테니까
*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민음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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