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서울의 사글셋방에서 사시는 우리 어머님 [박남철]

초록여신 2009. 2. 6. 22:15

 

 

 

 

 

 

 

 

 

올해 우리 나이로 일흔여섯이신 어머님,

아직도 봉지봉지 약봉지들을 옆에

끼고 사실 것이 뻔하신 우리 어머님,

 

 

지난 9월 25일, 비 약간 오다 말다 하던 날,

중계4동 133-11호의, 'B29호'가 아닌 'B02호로'

'구능치성6길' 가에 있는 3층집의 반지하방으로

 

 

어머님의 영정도 함께 따라서 이사를 오셨다.

 

 

이혼을 하고서, 아들한테서도 '드러내놓기도 싫은 아버지'로

버림을 받고서, 신용불량자이기도 하다는, 어느덧,

의료급여대상자이기도 하다는 나,

 

 

혹은 '뻔뻔스러운 전과자'이기도 하다는 나, 바로 그대여.

 

 

어느 날, ("음력 9월 14일!"), 배가 너무 고파서

밥을 사먹으러 나갔다가, 무당들이 삶은 소머리를 삼지창에다

꽂아 들고서, '나라굿판'을 벌이고 있던

 

 

'구능치성터九能致誠址'를 발견하기도 했었다는 그대여.

 

 

그때, 그대의 어머님께서는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철아, 이 새집에서부터는 제발 방을 좀 깔끔하게

청소를 좀 하면서 살아보도록 하거라!"

 

 

그때, 그대는 선선히 바로 대답을 해올려 드렸었다.

"네, 어머님, 앞으로는 꼭 그렇게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그대의 어머님께서는 다시 웃으시며서 말씀을 해주셨다.
"철아, 이 새집에서부터는 `임플란트`도 잘 해내고 건강도 좀
잘 챙겨가면서 글을 한번 써보도록 하거라!"



"네, 어머님, 앞으로는 꼭 그렇게, 어머님께서 가르쳐주시는 대로;
바로 그렇게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그대는 다시, 순순히, 선선히, 마치 착한 어린 아들처럼;
바로 대답을 해올려 드렸었다는 것이다.


불암산 삿갓봉 위에는 달이 진짜로, 두리둥실, 떠올라 있었는데,
그대는 오십 대 후반의, 진짜로, 초짜 중늙은이가 되어, `구능치성6길`의
비탈길을, 허위허위, 마치 암벽등반이나 해대듯이,



기어올라가고 있었다는 것인데……



그때, 바로 그때……였다는 것이다, 바로 그때!
(나무 엄마, 맘마, 어무이, 어머님 보살 마하살!)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사랑에 빠지다

 

 

   2009.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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